원유 수송과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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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유 수송과정
제작연도 :
2009-12-09
상영시간 :
15분
울산항을 출발하여 페르시아만에서 원유를 싣고 다시 귀항하는 원유수송 과정을 생생하게 기록한 동영상으로서 KBS1 TV에서 1시간가량의 다큐멘터리로 제작한 원작을 짧게 편집한 자료입니다.
자막
망망대해 3만리 길을 달려 페르시아만에 도착한 C. Vision호가 원유를 싣는다 4800만 에너지의 원천, 석유는 그렇게 우리에게 온다 갑작스런 엔진이상, 뱃전을 집어삼키는 파도, 곳곳에 도사린 테러의 위협 속에 울산에서 페르시아만까지 이어지는 에너지 생명선 파일럿선 한척이 울산앞바다로 달려간다. 울산항으로 들어오는 유조선의 뱃길을 안내해주는 도선사가 탄 배다. 30분을 달리자 페르시아만에서 원유를 싣고 돌아온 초대형 유조선 C. Vision호가 보인다. 여기서부터 울산까지의 뱃길은 도선사가 안내한다. 수심도 얕고 통행량도 많은 연안의 바다들의, 원유를 가득실은 유조선의 안전을 위한 조치다. 한시간 후 바다 한가운데 멈춰선 비전호가 부이에 배를 묶기 시작했다. 다음엔 원유수송 파이프와 이어지는 호스를 연결해야 한다. 15톤이나 되는 연결호스가 들어올려지면, 갑판 위에선 그 호스를 원유주입구에 단단히 고정시킨다. 조금이라도 틈이 생기면 원유 유출사고로 이어지는 중요한 작업이다. 그리고나면 원유하역실이 바빠진다. 모두 열일곱개의 탱크에 가득 찬 원유를 치밀한 계산하에 순차적으로 잘 내보내야 한다. 지난 9월 초 울산항을 떠나 40여일 만에 돌아온 C. Vision호가 싣고 온 원유는 230만 배럴. 대한민국이 하루 동안 사용하는 양이다. 12000km 떨어진 페르시아만의 원유가 유조선에서 부이, 그리고 해저케이블을 통해 정유공장까지 전해지는 것이다. 비전 호는 하역과 동시에 재출항 준비에 나선다. 정박시간은 불과 이틀. 가족들과의 해후는 짧기만 하다. 울산에서 페르시아만으로 그리고 다시 울산까지, 돌아오는 만 40여일 간의 항해. 선적기간을 제외하고는 단 하루도 정박하지 않고 에너지의 바닷길을 달려야 한다. 위험이 닥쳐도 피해갈 길이 없는 오직 한 길의 원유수송로. 자원 확보를 위한 강국의 보이지 않는 전쟁이 치열하게 벌어지는 12000km의 바닷길이다. 그 위를 적재량 30만 톤의 거대한 선체가 달린다. 높이 29.7 폭 59.6 미터의 선수에서 선미까지 총 330미터, 63빌딩보다 100미터나 길다. 배 값만 1억달러. 우리 돈으로 천억원에 달한다. 그 위에 세워진 아파트 6층 높이의 브릿지는 24명 승조원들의 생활공간이기도 하다. 운항에서부터 선적까지 C. Vision호의 원유수송업무의 책임자는 권언창 선장, 경력 35년의 베테랑이다. 원유 파이프가 그물처럼 깔려있는 갑판 위, 불씨 하나까지 용납해선 안 되는 이 위험지대는 1항사 김명성 씨가 맡는다. 기관실의 수장은 22년 경력의 이문섭 기관장, 승조원들의 식사를 맡고있는 건 조리장 전정석씨다. 울산항을 떠난 지 이틀 째. (선장입니다. 테러비상 대응훈련 실시합니다) 선상 테러대비 비상훈련과 소방 인명구조훈련이 실시된다. 911 테러 이후 국제해사국은 바다를 항행하는 유조선은 출항 48시간 전에 반드시 테러대비훈련을 하도록 법으로 규정했다. 그만큼 바다는 위험해졌다. 망망대해위로 떴다가 사라지곤 하는 해를 바라보면서 C. Vision호는 서쪽으로, 서쪽으로 달린다. 울산을 떠난 지 16일째. 원유를 싣기 위해 탱크에 담았던 해수를 다 내보낸 C. Vision호는 울산에서보다 훌쩍 키가 컸다. 주유소가 없는 바다 위, 선박에 기름을 넣어주는 것은 벙커링 선박이다. 만톤 규모의 선박에 벙커C유를 담아와, 유조선 곁에 연결하고 급유를 한다. 오후1시에 시작된 급유는 밤늦도록 계속됐다. C. Vision호는 이 후자이라항에서 한 항차분의 연료를 한번에 넣는다. 드디어 급유가 끝난 모양이다. 하루에 백 톤정도의 연료를 소모하는 C. Vision호는 무려 4000톤의 연료를 받았다. 이튿날 아침. C. Vision호가 닻을 올린다. 다음 목적지는 아랍 에미레이트의 제벨 다나 항. 이제부터 본격적인 선적이 시작되는 것이다. 페르시아만에 들어가기 바로 전, 낯익은 배 한척이 눈에 띈다. C. Vision호와 쌍둥이호인 C. Emperor호와 마주친 것이다. 몇 달 씩 연락조차 나누기 힘든 선원들에겐 정말로 반가운 손님이다. 제벨 다나 항으로 가려면 페르시아만 안쪽으로 가야한다. 제벨 다나 항 부근에 도착한 것은 이튿날 아침. 항행 18일 째다. 항구에 다가가기 전 선장이 도선사와 교신을 한다. 어느 나라든, 유조선이 입항하려면 그 지역 도선사의 안내를 받아야 한다. 곳곳에 부이가 떠 있는 제벨 다나 항은 이미 원유를 선적하는 유조선들로 가득하다. C. Vision호는 곧바로 선적을 시작했다. 선적은 유조선에선 비상상황이다. 전 승조원이 24시간 비상당직체제로 근무한다. 부이에 송유관 연결호스가 배에 연결되면 선적이 시작된다. 해저 파이프라인을 통해 온 원유는 바다 중간에 고정된 부이를 통과하고, 또다시 호스를 거쳐 유조선에 실리게 된다. 원유 선적은 고도의 기술을 요하는 작업이다. 적은 시간에 보다 많은 원유를 실어야 한다. 배가 기울지 않도록 17개의 탱크의 균형을 고려해 모자라지도 넘치지도 않아야 한다. 1cm라도 모자라면 손실은 엄청나다. 다음 목적지는 사우디아라비아의 라스타누라 항, 1차 선적이 끝난 Vision호는 13m나 더 물속으로 가라앉았다. 항구 사정으로 C. Vision호는 이튿날 밤에야 선적을 시작할 수 있었다. 하루 운임 7만 달러. Vision호는 7천만원의 손실을 입었다. 이튿날 아침. 만선의Vision호 굴뚝에서는 아지랑이가 피어오른다. 가스가 빠져나온 것이다. 이제 열 일곱개 탱크는 모두 원유로 채워졌다. 우리 돈 천억원 어치의 원유다. 항해 22일째. 원유의 무게로 한층 더 가라앉은 C. Vision호가 뱃머리를 돌린다. 길조인지 사우디아라비아 근해를 벗어나면서 바다는 다시 평온해졌다. 말라카해협에 들어서자. 조종실에 긴장감이 감돈다. 인도네시아와 말레이시아 사이의 협해. 말라카는 해적뿐 아니라 좌초의 바다로도 악명이 높다. 가장 좁은 곳은 18km, 정작 대형 선박이 지날 수 있는 길은 더욱 좁다. 크고 작은 선박들이 조심스럽게 항해를 이어가는 곳. C. Vision호는 말라카 해협 가운데서도 가장 위험하다는 원 패덤 뱅크에 다다랐다. 원 패덤 뱅크. 말 그대로 수심이 한길에 불과하다. 바다 속 곳곳에는 배에게 치명적인 모래톱들이 솟아있다. 수심이 낮은 곳은 바닥과 해저 사이가 1M도 되지않아, 조금만 항로를 이탈하면 곧바로 좌초로 이어진다. 평균 15kts로 달리던 배의 속도가 11kts 까지 떨어졌다. 갑판 점검에 나선 승조원들이 파도에 휩쓸려갈 듯 위태롭다. 해적의 바다를 지나자마자 이번엔 자연의 거대한 힘과 싸워야 하는 상황이다. 겨울이면 남중국해에 불어닥치는 계절풍을 만난 것이다. 폭풍 탓에 하루를 더 지체한 Vision호는 결국 항로를 수정했다. Taiwan 동쪽 항로대신, 중국과 타이완 사이 해협을 빠져나가게 된다. 항해 39일째. C. Vision호는 Taiwan 해협을 거쳐 제주도 남쪽 해상에 도착했다. 제주도 남쪽 바다를 거슬러 올라가자 가까이 부산이 보이기 시작한다. 어느새 파일럿선이 C. Vision호를 맞는다. 마지막 길안내를 해줄 도선사가 도착한 것이다. 항해를 시작한지 42일째. C. Vision호는 드디어 최종목적지인 울산에 도착했다. C. Vision호가 싣고 온 석유 230만 배럴은 우리경제의 혈맥을 타고 흐를 것이다. 우리의 삶을 이어주고, 끌어줄 또 하나의 생명이 흐른다. C. Vision호가 다시 바다로 나선다. 그 앞길에 무엇이 기다릴지라도, 항해는 계속될 것이다. 울산에서 페르시아만으로 이어지는 에너지 생명선. 3만리 코리안 오일로드 위에는 또 다른 C. Vision호 30여대가 바다를 달리고 있다.